마음건강부터 장애인식·노인생애 체험까지…주민이 직접 보고 느끼는 생활복지의 장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이 하루 동안 ‘복지 안내서’로 변했다. 무대에서는 사회복지 현장을 지켜온 이들에게 박수가 쏟아지고, 공원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직접 체험하며 자신과 이웃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살펴봤다.
종로구와 종로구사회복지협의회는 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제2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2026 종로복지박람회’를 열었다. 올해 박람회의 주제는 ‘종로 안에서 복지를 만나다’. 사회복지를 행정기관의 제도나 어려운 정책용어에 머물게 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 가까이 끌어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행사에는 곽상언 국회의원과 유찬종 종로구청장, 여봉무 종로구의회 의장, 이병희 종로구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을 비롯해 사회복지기관 관계자, 사회복지 종사자, 주민 등이 참석해 사회복지의 날 의미를 함께 나눴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단순히 복지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보고, 만지고, 참여하면서 지역 복지의 모습을 이해하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종로 지역 29개 복지기관과 관련 부서가 참여해 모두 28개의 홍보·체험 부스를 운영했으며, 가족·지역복지와 아동·청소년, 노인·보건, 장애인, 주거·일자리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 영역을 폭넓게 소개했다.
행사의 문은 역동적인 K-POP 태권도 식전공연이 열었다. 이후 본격적인 기념식에서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복지 증진과 이웃 돌봄에 힘써온 사회복지 유공자와 단체에 대한 표창이 이어졌다.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회복지가 주민의 삶을 떠받치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임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공식 기념행사는 개회 선언과 유공자 시상, 기념사와 축사, 기념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오전 기념식이 ‘사람’을 조명하는 자리였다면, 오전 11시 20분부터 이어진 박람회장은 ‘생활 속 복지’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 부스에서는 주민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을 살피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안내받았다. 마음건강 검진과 기억력 검사, 장애 인식 개선 퀴즈, 시각장애인 안전 체험 등이 마련돼 복지서비스를 어렵게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생활문화처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과 장애인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체험도 관심을 모았다. 고령친화용품을 사용해 보거나 노인의 신체적 변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겪을 수 있는 일상의 불편을 이해하도록 했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퀴즈와 가상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복지박람회다운 따뜻한 프로그램도 곳곳에 자리했다. 알록달록 페이스페인팅과 친환경 만들기, 업사이클링 체험, 가족·희망·행복을 주제로 한 무드등 만들기 등이 진행돼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촬영해주는 ‘인생사진’ 프로그램 역시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재능과 직업, 사회참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장애인 복지를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날 박람회가 강조한 것은 ‘복지는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였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어디에서 상담받아야 하는지,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에게 어떤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장애인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인지, 마음이 힘들거나 돌봄에 지친 주민에게 어떤 기관이 손을 내미는지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사각지대를 찾는 주민 참여도 강조됐다. ‘종로선한이웃’과 같은 복지사각지대 발굴 안내를 통해 행정기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려운 이웃을 주민이 함께 살피고 연결하는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소개했다. 복지의 출발점이 거대한 제도보다 ‘옆집의 어려움을 알아보는 관심’일 수 있다는 의미다.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장소도 행사 의미를 더했다. 평소 공연과 거리문화, 젊음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학로 한복판에 복지기관과 주민이 함께 모이면서 복지가 특정 계층이나 시설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계층을 넘어 누구나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생활 영역임을 보여줬다.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날이다. 올해 종로복지박람회 역시 사회복지의 의미와 나눔문화를 지역사회에 확산하고 주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성균관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도 행사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사전에 모집하며 지역사회 참여를 넓혔다.
이날 마로니에공원에서 주민들이 마주한 복지는 거창한 구호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건강을 살피는 작은 검사 하나, 장애인의 일상을 이해하는 짧은 체험 하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복지기관과 연결하는 전화 한 통이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시작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종로 안에서 복지를 만나다’라는 올해 박람회의 제목처럼, 이날 행사는 복지를 ‘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으로 나누기보다 주민 모두가 서로를 살피고 연결하는 지역공동체의 문화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종로의 복지가 행정기관과 복지시설을 넘어 골목과 이웃, 주민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들어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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